엽흔

    혼자서 술을 마실 때

    혼자서 술을 마실 때는 번잡스런 안주를 준비하지 말 일이다. 안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절했던 술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 담백한 멸치 몇 마리와 고추장. 멸치는 크도 작도 않은 중멸치를 선택하기로 한다. 멸치를 먹을 때는 꼬리를 잡고 머리부터 입안에 넣기로 한다. 고추장은 입안이 얼얼할 만큼 매울대로 매워야 한다. 멸치가 입안에 들어가기 전 약간의 어떤 충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담배를 허용하듯. 고추장은 멸치에게 형체의 소멸을 느끼지 못할 만큼 매운 최면을 걸어줄 것이다. 물고기는 작살로 잡은 것이 제맛이 난다. 그물로 잡거나 낚시에 걸린 고기는 삶의 막바지에 와 있음을 예감하고 절망하는 사이에 몸이 여위어서 맛이 떨어진단다. 제등을 닮은 푸른 물살을 유영하다 작살이 꽂히는 순..